진료실에서 보호자분들께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원장님, 요즘 특별히 무리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몸이 더 굳고 떨려요.
왜 그런 걸까요?"
이럴 때 가만히 이야기를 나눠보면 원인이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도파민이 더 모자라게 되나요?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생기는 질환입니다.
도파민은 몸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부족하면 떨림·경직·느린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이 부족한 도파민을 두 가지 방향에서 더 모자라게 만듭니다.
- 필요한 양이 늘어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요구하는 도파민의 양이 크게 늘어납니다.
가뜩이나 적게 나오는 도파민인데 쓸 곳이 갑자기 많아지니 금세 바닥이 드러납니다. - 만들어지는 양은 줄어듭니다.
스트레스는 도파민 생성 자체를 억제합니다.
필요한 양은 늘고 만들어지는 양은 줄어드니 도파민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몸이 훨씬 굳고 떨림이 심해지는 현상이 갑자기 나타납니다.
연구에서는 어떻게 확인되었나요?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 연구팀은 파킨슨 환자 5,000명과 일반인 1,292명의 설문을 분석했습니다.
파킨슨 환자는 일반인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끼고 있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이 모두 뚜렷하게 나빠진다고 답했습니다.
스트레스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증상은 떨림으로, 환자의 81.8%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떨림이 심해진다고 응답했습니다.
수면 문제, 우울감, 이상운동, 보행 동결, 느려짐까지 설문에 포함된 모든 증상이 스트레스로 악화되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레보도파의 떨림 억제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약을 제때 잘 챙겨 드셔도 스트레스가 크면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왜 작은 일에도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나요?
보호자분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큰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실까요?"
파킨슨 환자분들은 일상의 사소한 일도 굉장히 크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옆에서 보기에는 별것 아닌 일이 환자분께는 크게 부담스러운 일로 다가옵니다.
이것은 환자분이 유난스러워서가 아니라 질환 자체의 특성입니다.
가족 여행이 오히려 부담이 된 사례
날씨가 선선해지면 가족들이 모처럼 여행을 계획합니다.
그런데 환자분은 속으로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자녀와 형제가 다 같이 가자고 하니 거절하기도 어렵고,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이 쌓입니다.
걱정이 커지면 가장 먼저 잠을 못 이루게 되고, 잠을 설치는 동안 밤새 몸은 뻣뻣하게 굳습니다.
이렇게 컨디션이 떨어진 채 아침을 맞으면 낮 증상도 훨씬 나빠집니다.
가족에게는 좋은 마음으로 준비한 여행이었지만, 환자분께는 걱정에서 시작된 불면과 경직으로 이어지는 큰 스트레스가 된 셈입니다.
보호자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파킨슨 환자의 증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약과 치료만큼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 정도로 예민하실까?"
하고 넘기기보다 사소한 스트레스도 피하실 수 있도록 곁에서 배려해 주세요.
여행이나 모임처럼 큰 일정은 미리 환자분의 의견을 충분히 묻고, 부담스러워하시면 억지로 권하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정 전후로 잠을 잘 주무시는지 살펴보고 무리한 이동은 줄여 주세요.
작은 배려 하나가 환자분의 하루 컨디션을 크게 바꿉니다.
최근 들어 특별한 이유 없이 증상이 갑자기 나빠졌다면, 혹시 환자분이 마음속에 담아둔 걱정은 없는지 먼저 살펴봐 주세요.
향남한의원에서는 스트레스로 급격히 악화된 분께 기운을 더 보충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상열감이 있으면 열을 아래로 내리는 처방(용골·모려)을 함께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