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한약이 정말 뇌세포를 보호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저는 늘 "한약은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가 살아갈 환경을 좋게 만드는 약"이라고 설명드리는데, 올해 초 이 설명을 뒷받침하는 국내 연구가 하나 나왔습니다.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지 2026년 1월호에 실린 「성장재생 약침 제제의 줄기세포 보호효과 연구」입니다.
파킨슨 연구는 아니지만, 파킨슨병의 핵심 기전과 바로 맞닿아 있어 정리해 드립니다.
무엇을 실험한 연구인가요?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과 고려대학교 연구진은 한의학에서 신장(腎)을 보하고 뼈·근육을 강하게 하는 약재인 구판(거북 배딱지)과 마골(말뼈), 그리고 연어 이리에서 얻는 PDRN, 우유 단백질인 락토페린을 섞어 효소로 잘게 분해하고 초고압으로 나노 입자화한 약침 제제를 만들었습니다.
분자를 작게 만든 이유는 세포가 흡수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제제를 네 종류의 세포에 시험했습니다.
사람 중간엽 줄기세포(hMSC), 사람 지방유래 줄기세포(hADSC), 신경세포(SH-SY5Y), 그리고 면역세포인 대식세포(RAW264.7)입니다.
SH-SY5Y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성질을 가져 파킨슨병 연구에 널리 쓰이는 세포주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보호 효과'를 쟀나요?
먼저 독성이 없는 농도를 찾았습니다.
0.1에서 5 mg/mL까지 24시간 처리했더니 4 mg/mL까지는 네 종류 모두 생존율이 떨어지지 않았고, 두 줄기세포는 106~108%로 오히려 조금 늘었습니다.
그래서 4 mg/mL를 실험 농도로 정했습니다.
그다음이 핵심입니다.
세포에 제제를 6시간 먼저 넣어 둔 뒤, 활성산소인 과산화수소(H₂O₂)나 세균 내독소 LPS를 24시간 가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세포가 많이 죽는데, 제제를 미리 넣어 둔 쪽이 얼마나 더 살아남는지를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파킨슨병에서 흑색질 세포가 활성산소로 서서히 손상되는 상황을 세포 수준에서 흉내 낸 셈입니다.
결과는 어땠나요?
- 중간엽 줄기세포(hMSC) — 과산화수소만 주면 54.5%가 살아남았는데, 제제를 먼저 넣으면 62.5%로 8.0%p 회복
- 지방유래 줄기세포(hADSC) — 47.0% → 65.4%로 18.4%p 회복.
네 세포 중 가장 큰 효과 - 신경세포(SH-SY5Y) — 58.5% → 73.1%로 14.6%p 회복
- 대식세포(RAW264.7) — 과산화수소 손상에서 64.5% → 75.6%(11.1%p), LPS 염증 손상에서 54.3% → 70.7%(16.4%p) 회복
모든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고(p<0.05), 현미경 사진에서도 제제를 넣은 쪽은 세포가 촘촘하고 모양이 덜 망가져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제제가 항산화와 항염증 잠재력을 동시에 가진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왜 이런 효과가 나는 걸까요?
연구진은 성분별 작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락토페린은 철 이온을 붙잡아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지키며, 몸 안의 항산화 효소(SOD, 글루타티온 과산화효소)를 활성화합니다.
PDRN은 아데노신 A₂A 수용체를 켜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세포 생존 신호를 보내며 ATP 생산을 돕습니다.
구판·마골에서 나온 작은 펩타이드는 세포가 쓸 영양 기질을 공급합니다.
한 가지 성분이 아니라 여러 성분이 여러 경로에 동시에 작용하는 것, 이것이 복합 처방인 한약의 특징입니다.
파킨슨병 치료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파킨슨병은 중뇌 흑색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변성되어 생기고, 변성을 일으키는 대표 원인이 활성산소입니다.
심장이 약해 뇌로 가는 혈액이 줄고, 폐가 약해 산소가 모자라면 뇌에서 가장 약한 흑색질 세포부터 손상됩니다.
제가 파킨슨병을 오장의 병으로 보고 심폐 기능을 보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연구는 바로 그 경로, 즉 '활성산소 → 신경세포 손상'에 한약 성분이 끼어들어 세포를 살릴 수 있음을 세포 수준에서 보여 줍니다.
연구진도 고찰에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주요 병태 기전인 신경퇴행성 및 만성 염증성 질환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썼습니다.
향남한의원의 PKS탕약이 목표로 하는 방향, 활성산소를 줄이고 흑색질 세포를 보호해 도파민 생성을 돕는 것과 같은 방향입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요?
솔직하게 한계도 말씀드립니다.
첫째, 세포 실험(in vitro)입니다.
사람 몸속의 약동학이나 면역 반응은 반영되지 않았고, 파킨슨 환자 임상시험도 아닙니다.
둘째, 연구에 쓰인 제제는 향남한의원이 처방하는 한약과 다른 별도의 약침 제제입니다.
셋째, 활성산소 양이나 세포 사멸 신호 같은 기전 지표를 직접 재지는 않았습니다.
연구진도 동물실험과 기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반가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제가 20년 넘게 임상에서 보아 온 "한약을 병행하면 약효가 더 오래 가고 전신 컨디션이 좋아진다"는 경험의 바탕에, 한약 성분이 산화·염증 스트레스에서 세포를 보호한다는 실험 근거가 하나 더 쌓였기 때문입니다.
양약은 도파민의 양을 늘리고, 한약은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가 살아갈 환경을 지킵니다.
두 가지를 함께 쓰는 이유를 이 연구가 다시 한번 보여 주었습니다.
논문 정리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고, 원문은 학회지 누리집(doi 10.18325/jkmr.2026.36.1.1)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